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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쓰겠지

25.03.31 / 난 왜 게임을 했었나. 본문

이것저것

25.03.31 / 난 왜 게임을 했었나.

김데피 2025. 3. 31. 17:32

지난 번에 '나에게 게임이란'이란 주제로 글을 썼었다.

2025.03.23 - [이것저것] - 25.03.23 / 나에게 게임이란

 

25.03.23 / 나에게 게임이란

게임을 처음 접한게 언제였을까. 아마 초등학생 때 친했던 형이 알려줬던 엘소드가 내 첫 게임이었던 것 같다. 매주 주말 교회에 다녀와 컴퓨터를 켜고 엘소드를 했던 기억이 있다. 서점에서 엘

peudann.tistory.com

 

지금 다시 보니, 그저 내가 어쩌다 게임을 시작했는지, 어떤 게임을 즐겼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게임을 하는지만 가볍게 적혀 있더라. 좀 더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의 시점에서 게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추가로 생각해볼 요소는 없는지,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할지 참 많이 생각했다.

 

처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나는 무엇 때문에 게임에 이끌렸는가?”이다.

 

내 첫 게임이 넥슨의 ‘엘소드’였다고 저번 글에서 언급했다. 시작은 단순한 계기였다. 부모님이 아는 사이여서 친해진 형과 어울려 놀다가, 그 형이 추천해 준 게임이 엘소드였고, 나도 따라서 시작했다.

 

그땐 그냥 즐거웠다. 무엇이 그렇게 즐거웠을까, 지금 돌이켜 보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부모님 몰래 게임을 하는 ‘배덕감’이 즐거웠던 걸지도 모르고, 아니면 단순히 강화를 누를 때의 ‘도파민’에 중독되어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크게 신앙심도 없으면서 예수를 부르짖으며 강화를 했던 걸 떠올리면, 후자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꼭 게임만 즐거워야 할 이유는 없다. 똑같은 스토리를 담고 있는 소설도 있을 테고, 시간 때우기용이라면 그냥 친구들과 만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법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왜 그렇게 게임을 즐겨 했을까?

 

게임은 복합적으로 감각을 자극하는 미디어다. 소설은 눈을 즐겁게 하고, 음악은 귀를 즐겁게 한다. 영화나 TV도 시청각적으로 자극을 주는 매체지만, 게임의 특장점은 ‘내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스토리의 전개나 캐릭터의 성장이 달라지면서, ‘내 행동’이 결과물에 영향을 미친다. 이 부분이 나를 더 깊이 몰입하게 하고, 큰 자극을 준다.

 

‘나로 인해 무언가 변한다’는 건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것이 게임 내의 작은 선택지일 수도 있고, 더 큰 무언가의 중대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 의사가 반영된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 자체가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런 점에서 게임은 다른 미디어보다 유독 가깝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RPG 게임의 캐릭터 스킬트리 같은 작은 요소부터 스토리 게임의 엔딩을 가르는 굵직한 선택지까지, 우리는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게임을 즐긴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무언가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서 게임을 왜 하는가?

 

“게임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냐, 그냥 하는 거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친구들이 하는 걸 따라 했고, 재미있으니까 계속했다.

 

가령 지나가던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에게 “언제 게임을 시작하셨나요?”라고 물으면 꽤 자세히 대답해 줄 것이다. 그런데 “왜 게임을 하시나요?”라고 물으면 어떤 답이 나올까? 티어가 오르는 게 즐거워서? 친구와 같이 할 수 있어서? 아니면 대리를 해서 돈을 번다거나(이런 식으로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 게임 유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게임을 즐기는 이유도 다양해진다.

 

내 경우는 그저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 즐거워서 시작했다. 사실 그 나이에 친구들과 함께해서 재미없는 일이 뭐가 있겠나. 그냥 다 같이 PC방에 가서 같은 게임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다. 친구와 관심사를 공유하고 같은 체험을 한다는 건 꽤나 멋진 일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나는 친구가 없으면 게임을 하지 않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분명 친구들과 하는 게 좋아서 시작했는데, 혼자 하는 게임도 나름의 매력이 존재한다.

 

내가 처음 즐겨 본 패키지 게임은 ‘몬스터헌터 월드’였다.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긴 하지만, 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컨트롤이 부족했기에, 엔딩까지의 대부분을 혼자 즐겼다. 그렇다면 도대체 친구도 없이 무엇이 그렇게 즐거워서 엔딩까지 했을까?

 

솔직히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게 뭐가 재미있었지?” 싶기도 하다. 몬스터를 잡고 갈무리해서 그 소재로 아이템을 만드는 것만 반복하는, 일종의 ‘노가다’ 게임 아닌가. 그런데도 몬스터헌터는 어떤 장점을 내세워 게임계의 탑급 IP가 되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로 커스터마이징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이 크다. 유저 수만큼 다양한 세팅이 있고, 그에 따른 플레이 스타일도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방어적인 스킬을 많이 채용하면 조금 맞아도 괜찮게 몬스터를 잡을 수 있고, 공격적인 스킬을 채용하면 한 번 맞았을 때 위험해도 더 빠르게 잡을 수 있다. 이런 설정이 플레이 스타일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며, 매번 게임을 새롭게 느끼게 해 준다.

 

또 하나는 플레이어의 성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캐릭터 레벨이 오르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 유형은 아니었다. 예컨대 슬라임만 잡아도 레벨이 오르는 게임에서 만렙을 달성했다고 치자.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치 키보드 A키만 300번 눌러댄 기분이다. 캐릭터는 강해졌을지 몰라도 나는 전혀 변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몬스터헌터는 플레이어에게 ‘과제’를 부여한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끼고 있어도, 플레이어가 성장하지 못하면 몬스터를 클리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몬스터헌터 월드 확장팩 ‘아이스본’에 추가된 ‘알바트리온’이라는 몬스터는 특정 기믹을 수행하지 못하면 전멸기를 사용해 플레이어를 패배로 몰아넣는다. 알바트리온이 가진 속성의 ‘반대 속성’으로 공격해 ‘속성 대경직’을 유도해야 하는데, 이걸 모르고 단순히 공격력 높은 무기를 들고 가면 평생 못 잡고 당하기만 하는 셈이다(물론 예외적으로 공격력만 높아도 잡아내는 고수들도 있다지만).

 

이처럼 몬스터헌터는 플레이어에게 끝없이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몬스터 패턴을 익히는 건 기본이고, 해당 몬스터의 약점 속성이나 부위를 어떻게 공략할지도 공부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는 더 많은 정보를 찾고, 연습하고, 그만큼 나 자신도 성장한다. 바로 이 점이 몬스터헌터가 유저들에게 기대하는 바다.

 

결국 우리는 단순히 ‘수치’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나’의 성장을 체감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게임들은 리듬 게임이나 마작처럼 실력이 늘어가는 과정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왜 이 곡을 완주 못 했지?” “어느 부분에서 놓치고 있지?”를 파악하고 연습해서, 다시 도전해 클리어에 성공하면 그 쾌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마작에서도 “이 패를 왜 버렸지?” “이 패를 버리면 안 되는 이유는 뭘까?”처럼 공부하다 보면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니라 ‘내가’ 성장한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단순한 게임 한 판이라 해도, 그 안에서 성장하는 과정은 분명 존재한다.

 


굿바이 ‘로스트아크’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로스트아크’는 참 아쉬운 게임이다. 대학생 때 정말 많이 즐겼고, 밤새 레이드를 도전하며 클리어했던 추억도 있다. 로스트아크는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도 있고, 캐릭터의 성장뿐만 아니라 플레이어 본인의 성장도 느껴지는 게임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레이드에 입장해 여러 번 죽어나가다가, 마침내 죽지 않고 클리어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좋아했던 로스트아크는 그런 게임이었다.

 

그런데 게임에 점점 몰입하면서 어느 순간 재미가 식어버렸다. 내 캐릭터는 비교적 약했고, 함께 시작한 친구들은 조금만 투자해도 쉽게 강해졌다.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과금을 했고, 과금한 만큼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익숙한 레이드를 ‘보상’을 위해 영혼 없이 반복했다. 로스트아크에서 흔히 말하는 ‘숙제’가 된 것이다. 이런 숙제 파티에서 한 명이 실수로 죽기라도 하면, 다 같이 몰려들어 욕을 퍼붓는 일도 흔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내가 즐거워하던 그 게임이 맞나?”

 

 

이런 의문이 들자 게임 접속도 뜸해졌고, 열정도 식었다. 내 나름대로 애정을 쏟아 꾸민 캐릭터도 흥미를 못 줬고, 새롭게 나오는 레이드도 “어차피 나중엔 숙제가 되겠지”라는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그렇게 내 성장도, 친구들과의 즐거운 소통도, 밤새워 플레이하던 열정도 사라졌다.

 

지금도 업데이트가 잔뜩 쌓인 로스트아크를 보면 “아, 그땐 정말 즐거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레이드 모집 창을 보면 트라이(새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여러 번 시도하는 것) 파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자기보다 더 강한 사람들을 모아 빠르게 클리어하고 싶어 한다. 간혹 트라이 파티를 만나도, 예전처럼 몇 시간이고 열정적으로 붙잡는 분위기는 찾기 힘들다. 몇 번 실패하면 그냥 해산하고 끝이다. 물론 지금도 친구들과 함께 레이드를 가면 즐겁긴 하다. 다만, 내 캐릭터가 정체되어 상위 레이드를 가지 못하니 조금 서글플 뿐이다.

 

그래도 한때는 너무나 소중했던 게임이라, 이렇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내겐 예전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어쩌면 이것이 특정 사람들이 레트로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과거에 즐겼던 그 향수나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고 싶어서 말이다. 미화된 과거는 늘 그립지만, 되돌릴 수 없다. 가끔은 그곳에 발이 묶여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게임 이야기를 하다 보니 푸념이 길어졌는데(로스트아크 얘기를 하니 뭔가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아무튼 나에게는 수많은 게임들이 소중했다. 지금은 떠나보낸 게임도 있고, 여전히 간간이 즐기는 게임도 있다. 이제 지금의 나는 그 열정을 다시 살려 ‘개발자’로서 노력해 보고 싶다. 내가 게임을 통해 느꼈던 즐거움만큼, 이제는 더 많은 사람이 내가 만든 게임으로 즐거움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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